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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의 무림 · 프롤로그

만든 사람

개인 이야기개발 일지

개발 일지를 시작하기 전에, 만드는 사람 이야기를 먼저 해 둔다. 게임 이야기는 1편부터다.

원래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만족스러운 완료의 경험이 매우 드물었다. 미술이나 가정 시간에 다 같이 만든 결과물을 아무리 칭찬받아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점수로 치환되는 평가의 일부라고 생각해서인지 그랬다.

중학생 때 동네 도서관에서 카뮈의 「오해」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처음 완독했을 때,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하이텔에서 여러 소모임의 페이지 디자인을 의뢰받아 끝냈을 때는 달랐다. 완성에서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그래도 완성이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 사탄처럼 느껴지던 사수와 함께 엄청난 빈도로 완성을 해 보고 느꼈다. '완료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조차 못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완료하게 되는구나.' 그 뒤로는 작은 결과물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 결혼식 장식을 직접 만들었다.

    크래프트지로 접은 기린과 곰이 초록 가지와 함께 놓인 결혼식 테이블
    종이로 접은 동물 — 식탁 장식이자 하객이 가져가는 선물이었다
  • 사자탈춤을 보고, 아이 옷에 넣을 탈을 디자인해 봤다.

  • 옷에 흉배를 올려 보고 싶어서, 나무늘보로 흉배를 그려 본 적도 있다.

그리고 매년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기념일에는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하거나, 영상을 만들어 상영했다.

좁아지는 영역

출근해서도 게임을 만든다. 운이 좋게도 주변의 신뢰를 받아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아이템, NPC, 퀘스트 등 여러 시스템을 기획하고, AI BT 작성 툴을 만들었다. 실제 보스 AI를 설계하고 스크립트를 입력하는 레벨 기획과 각종 수치 설계도 맡아 왔다.

그러다가 "이대로면 님 죽어요!"라는 말과 함께 전문 분야를 결정해야 했다. 이직도 해당 분야로 하다 보니 10년 전부터는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좁아졌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내 마음대로 하는 프로젝트를 조금씩 시도해 왔다.

의미 있는 완성을 위해서

여러 시도 중에서 게임 프로젝트는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협업 금지 조항이 있어 상업화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니 동기도 부족했고, 완성도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설계를 고치고 그때그때 새로 떠오른 것을 붙이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져 결국 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AI의 발전으로 조금씩 완성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늘어 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순서를 바꿔 봤다. 게임이 성립하는 사이클부터 구현해 공개하고, 이후에 계속 살을 붙인다. 어딘가에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완성에 좀 더 신경 쓰지 않을까? 그런 기대로 일단 웹에 올려 본다.

이전의 작업 흐름 이번에 바꾼 순서
설계를 고치고 새 아이디어를 계속 붙인다 게임이 성립하는 사이클부터 구현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먼저 공개한다
완성하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접는다 공개한 뒤 살을 붙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