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들의 무림 · 01편
사용자 피로도 이슈
「성좌들의 무림」의 출발점은 한 문장이었다. 미니게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만들어 넣고, 그 결과가 의미 있게 굴러가는 세계를 만든다.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성장
미니게임은 짧고 재미있다. 대신 계속 반복하면 금방 지친다. MMO처럼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반대로 짜고 싶었다. 짧게 몇 판 하고, 몇 달을 지켜보는 구조.
실무에서 캐릭터 성장을 설계할 때는 늘 사용자의 피로도를 생각해야 한다. 게임의 수익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과 관련이 있으니, 오래 머물더라도 피로하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사용자가 없으면 게임은 결국 소멸한다.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이 성장의 벽을 느끼지 않도록 사용자 사이의 편차도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하나하나 맞추다 보면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른 능동적인 성장 장치를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확률에 맡기고 버튼을 누르는, "딸깍" 하는 강화가 완성된다.
하지만 취미로 만드는 게임까지 그렇게 되기는 싫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기획일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는 원소
열역학 수업을 듣다가 사람을 하나의 원소로 보고, 원소마다 성향을 정해 주고 그 성향의 구성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경제물리학 관련 서적이나 논문도 검색해서 읽어 보고 과제로도 제출했던 것 같다.
이 사이트의 밸런스 실험실에 그 내용을 옮기다가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게임도 하나 제작해 두면 좋겠다.
누가 누구와 싸우고, 누가 스승이 되고, 어느 문파가 무너지는지를 미리 써 두지 않는다. 사람마다 규칙만 주고 세계를 돌린다. 그러면 이야기는 규칙끼리의 충돌로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심시티의 심들처럼 시덥잖은 수다로 채운다면 구경할 만한 세상이 완성되지 않을까?
성좌물과 무협
코로나 시즌 이후 웹툰으로 성좌물과 무협물을 많이 봤다. 인간의 삶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가끔 손을 대는 존재, 그리고 문파와 비무와 은원으로 굴러가는 세계. 둘이 합쳐지자 플레이어의 자리가 정해졌다. 플레이어는 세계 안의 인물이 아니라 내려다보는 성좌다.
무협은 1차 스킨이다. 세계의 규칙은 그대로 두고 겉모습만 시즌마다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미니게임도 마찬가지로 꽂았다 뺄 수 있는 부품이다.
그래서 정리한 기획의 축
세 가지를 합치면 지금의 모양이 된다.
- 육성: 미니게임으로 캐릭터 하나를 여섯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육성한다. 전부 합쳐 25분쯤 걸린다.
- 편입: 다 자란 캐릭터는 세계로 들어간다. 미니게임 성적이 그 캐릭터의 내공, 공격력과 회피력, 형편, 이름난 문파에 들 확률로 남는다.
- 관조: 그다음부터 플레이어는 성좌가 되어 그 삶을 지켜본다. 세계는 서버에서 실시간 10분에 하루씩 흐르고, 모두가 같은 세계를 본다.
- 육성
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까지
미니게임 몇 판 · 약 25분 - 편입
육성한 캐릭터가 세계로
성적이 능력과 가능성으로 남는다 - 관조
한 사람의 삶을 지켜본다
모두가 같은 세계를 본다



미니게임은 몇 판이지만 그 결과는 세계 안에서 한 사람의 일생이 된다. 누구와 친해지고, 누구와 원수가 되고, 비무에서 이기거나 지고, 언젠가 죽어 묘가 선다. 성적은 결과를 정하지 않고 확률만 기울인다. 잘 육성한 캐릭터도 일찍 죽을 수 있다. 그래야 지켜볼 이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