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2가에는 YMCA가 있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그곳에서 리더십을 비롯해 목적과 효과를 분명히 알기 어려운 여러 수업을 들었다. 어떤 날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에야 수업이 끝나기도 했다.
그렇게 늦게 끝나는 날이면 건물 앞에는 어김없이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철사를 구부려 자전거를 비롯한 여러 모양의 장난감을 만들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언젠가 그 할아버지처럼 길에서 철사 장난감을 만들며 살아가는 정도가 내가 지향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어머니는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빨리 돈을 버는 편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대학 입시 요강과 여러 진로에 관한 책을 찾아봤지만 학교에 나가는 일에서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 결석이 잦아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금의 나는 회사에서 특목고 출신 동료들을 포함해 근태가 가장 우수한 직원이 되어 있다. 특히 내 근태 기록을 볼 때마다 인생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