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nius작업과 취향의 기록
← 개인 이야기

LIFE NOTES · 03

골대가 없던 골목

분필과 드럼통으로 골대를 만들고, 규칙을 덧붙이며 놀던 시절의 기억.

정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살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인연이 닿았다. 함께 목욕탕에 다녔고, 열 살 무렵부터는 지금은 롯데리아로 바뀐 하디스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우연히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그 친구는 서울의 어느 패스트푸드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운동장의 축구 골대에는 그물이 없었고 골대를 온전히 차지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골목길에서 학교에서 몰래 가져온 분필로 골대의 경계선을 그리고 공놀이를 했다. 공사장에서 난로처럼 쓰이다가 방치된 드럼통을 골대로 삼고 여러 규칙을 덧붙여 노는 일도 잦았다.

지금도 골목에서 축구를 하다가 심판을 보던 우유 가게 동생에게 주먹질했던 일은 생생하게 기억나는 창피한 장면이다. 축구 중계에서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볼 때면 종종 그때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